20180916
아무로 나미에의 은퇴 D-Day.
날씨가 꿀꿀한 관계로 하루종일 멍~하게 있다가, 그래도 이대로 하루를 보내기에는 아쉽고, 아까워서.
걍 아무로나미에와 관련해서 생각나는 거 아무거나 적기.
제일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사람 음악을 많이 듣고, 무대를 많이 보고, 많이 즐거웠고 힘을 얻었으니까.
더 옛날에 비하면야 나 때는 일본 음악, 일본 영화, 일본 드라마, 일본 만화에 대해서 맘만 먹고 찾아보려면 꽤 쉽게 찾을 수 있던 때였다.
그럼에도 나는 그런 쪽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잘생긴 일본 남자아이돌들은 어딘가 비리비리하고, 만화에도 관심 없고, 영화나 드라마는 찾아보기엔 힘들었고.
그러다보니 아무로 나미에에 대한 나의 기억은 보아에서부터 시작한다.
블로그를 더이상 하지 않아 기존 포스트를 다 내렸지만, 나는 보아를 굉장히 오래 좋아했다.
2000년대 초였다. 보아의 일본에서의 성취를 치하하며, 일본에 Jpop 여제들이 누구 누구가 있다~ 우타히메 어쩌구~,
그 중에 이름 들어봤던 한 명이 아무로 나미에였다.
코무로 프로듀스에서 벗어난 후 독자적인 음악노선을 만들어보려는 과정에서 차트 성적이 이전의 그것보다는 많이 떨어져있을 때였다.
이것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거였고, 그 당시 내 인상은 '응? 되게 대단한 사람이라면서? 딱히 차트에서도 잘 안 보이고 모르겠는데? 외국가수보다도 성적이 별론 거 아니야?' 생각했었다. 콘서트 규모면에서도 아레나를 돌지 않았을 때였고. -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홀로 너무 일찍 내려간 감도 있는 것 같고.. -
그 당시에 내던 노래들도 내 취향은 아니었어서, 얼굴 엄청 작고 예쁘고 마른 인형같은 사람의 인상이 더 강했었다.
내가 싫어하는 모 한국 가수와 함께 내한 공연을 했었네. 공연 사기 당해서 출연료를 못 받았던 것 같고.
그러다가 보아의 일본 활동 노선이 애매해질 무렵, 아무로 나미에 이름이 다시 슬슬 들려왔다. 그전부터 꾸준히 시동 걸고 올라오고 있었던 거였지만 일본 연예계에 관심이 있는듯하면서도 없었던 나로서는 사실 자세히는 잘 몰랐고.
일본어를 모르는 내가 들으며 너무 좋아했던 노래가 Baby don't cry였다.
그러다가 Play 앨범 들어보고. 베스트 앨범도 들어보고. 뮤비도 꽤 찾아보고.
앨범에서 이런 노래는 어떻게 무대할까? 궁금해했던 노래는 무대도 한번 찾아보고..
지금 유튜브에 올라오면 칼같이 짤리지만 그 때는 다행히 판도라, 엠엔캐스트, 엠군 이런 걸로 일본 예능, 공연 많이 접할 수 있을 때였어서.
어쩌다보는 헤이x3, 우타방에서 아무로 나미에는 진짜 웃겼다. 그래서 저렇게 이쁘고 귀여운데 말도 재밌게 하는구나. 하는 인상이 있었는데 ㅋㅋ
최근에 은퇴 앞두고 나서야 콘서트를 풀로 봐봤지, 그 전에는 무대 몇 개만 보는 정도였어서 몰랐는데, 콘서트에서 멘트를 전혀 하지 않고 공연만 하는 사람이었더라고. 그래서 나처럼 아무로 헤이x3이나 우타방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로 NHK 은퇴 다큐에서 1시간 동안 말하는 걸 보고 말 저렇게 많이 하는 사람인지 몰랐다고 해서 오히려 내가 더 신기했다.
공연 오래하다보니까 여기저기 지역 돌아도 하는 말도 똑같아지고, 말주변이 없다고 생각해서 공연만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멘트를 안 하게 되었다던데.. 난 예능에서 진짜 웃은 적 많은뎈ㅋㅋㅋㅋㅋㅋ
여튼 그러다가 아레나를 다시 돌기 시작하더라. 아 진짜 이제 완전 괜찮은가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홀투어도 여전히 계속 도는 것 같았고.
그러다가 갑자기 돔투어를 한대ㅋㅋㅋㅋ
그런데도 여전히 홀투어를 계속 돌더라.
그러다가 은퇴한대. 그게 2017년 9월 이 맘때였다.
왜 은퇴하는 걸까. 은퇴하면 뭘 할까. 다큐 찾아보고, 인터뷰 찾아보고. 그렇게 1년이 지났네.
시간 참 빠르고, 그 1년동안 아무로 나미에는 진짜로 열일하더라. 다시는 여한 없겠구나 싶고.
2012년에 이미 은퇴 생각을 했었다는데, 그걸 알고 봐서 그런지 그 이후로 참 얼굴이 편해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어린 시절부터 그 세계에 발 담그면서 참 나이만 먹고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 참 많은데
아무로나미에는 마지막까지 한순간도 그런 틈을 주질 않네.
내내 현역이었고, 끝까지 멋졌다.
조금 더 일찍 알고, 조금 더 많이 좋아했으면 좋았을텐데 싶을 정도로.
실제로 본 적도, 많은 시간을, 많은 돈을 투자한 적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의 은퇴는 나에게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라이트하게 관심 가진 정도였지만 그래도 나한테는 듣기 좋은 노래 들려줘서 관심 가졌던 몇몇 가수 중 하나가 아니라, 정말로 노래로 힘을 주고 용기를 주는 몇 안되는 가수였다. 그리고 아주 멋진 어른.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당신의 마지막 공연에서 당신의 팬들에게 해준 말처럼,
당신의 앞으로의 멋진 일상에도 멋진 음악이 항상 함께하기를.
내 일상 속에는 또 다른 새로운 음악들도 흐르겠지만, 그래도 몇 곡은 항상 아무로 나미에의 노래일 것 같다.
그래서 많이 고맙습니다.